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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학의 곳간

'손목이 있는 존재들이 이야기를 만든다'

오늘 저녁 7시 30분 카페 헤세이티서 진행되는 <문학의 곳간> 1회의 제목을 정해보았습니다. '손목이 있는 존재들이 이야기를 만든다'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준비한 메모 한 자락을 미리 공개합니다.

"이 절망적인 이야기에 서둘러 절망 하기 전에 어째서 ‘나’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인지 물어보자.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직’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내가 힘주어 잡은 탓에 ‘퍼렇게 멍이 든 손목’(김애란, <너의 여름은 어떠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다.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잡은 그 멍 자국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아니 계속 되어야 한다. 손목이 있는 존재들이 이야기를 만든다. 무언가를 잡을 수 있고 또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는 존재. 이야기란 그렇게 누군가의 손목을 잡거나 누군가에게 손목을 내어주는 행위의 다른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목과 손목이 마주 잡을 때 어떤 ‘장소’가 만들어진다. 누군가가 그 손목이 만든 장소에서 살아난다. 성숙한다. 영혼이 커진다. 마치 기마 자세를 위해 손목과 손목을 잡아 누군가를 들어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처럼 손목이 있는 존재들이 만든 이야기는 사람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