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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場)/간(間)/들(多)/사이- 공간

'방랑'이라는 <곳간> / 2013. 9월 15일

 

 

 

 

'방랑'이라는 <곳간>

 

 

 

 

 

 

 

대부분의 음악공연은 흔히 말하는 공연장이라는 장소 안에서 이루어진다. 공연장은 여러 뮤지션들의 흔적으로 겹겹이 쌓여 하나의 색깔이 된다. 그리고 음악을 매개로 만나는 중요한 장소로서 수면위로 떠오른다. 얼마 전 부산대 위치했던 <업스테어>가 그 의미를 대신해줄 것이다. 카페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업스테어>는 공연을 보는 장소로서 더욱 유명하다. 김대중, 김일두, 김태춘 즉 <삼김시대>의 시작을 알...리며, 그 환상의 콤비들이 가장 잘 녹아든 장소는 <업스테어>일 것이다. 주말에 <업스테어>에서 보자! 라는 말속에 함의된 것은 단순한 공연장의 의미를 넘어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의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이제는 특정한 공연장이 아닌 카페가 공연장으로 변하기도 하고 극장도, 생활공간도 거리도 곧잘 공연장으로 변한다. 우리가 닿는 생활자체에 공연은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공간과 공간사이인 거리역시 즉흥적인 공연의 장으로 변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공연을 할 수 없는 장소란 없다는 것과 같다.

‘공연장’이라는 장소성에 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조연희의<방랑콘서트> 때문이다. 올해 5월 경성대 <부엉이집>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 방랑 공연이 얼마 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일상공간속에서 공연을 펼칩니다’라는 입간판을 내걸고 장소와 장소사이를 방랑하며 사람들과 어울림의 공연을 만들고 있다.

음악활동 10년이 넘는 뮤지션 조연희에게 ‘방랑’이란 어떤 의미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방랑콘서트>는 조연희의 공연이기도 하지만 조연희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들의 역할과 이름이 함께 기억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칠예가 박희진, 영상작가 홍석진씨의 사진작가 김태정씨 등이 함께 방랑을 한다. 단순히 장소와 장소의 이동을 떠나서 공연 속에서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펼치는 이들이 뮤지션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은 방랑콘서트를 조금 다른 차원에서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것은 ‘일상적인 실험’이다. 혹은 조연희라는 사람의 실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섯 번째 방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뮤지션 너머로 보이는 스크린에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얼굴이 실시간 영상으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그 영상들을 보면서 <방랑콘서트>가 단순히 듣는 것, 보는 것, 즉 음악의 감상화가 아닌, 관객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며 ‘함께하기’를 요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리고 작은 메시지를 던졌다.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작은 ‘방랑’은 누구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는 것.

<방랑콘서트> 그 자체가 이미 실험이니 그것에 발목 잡히지 않고 호탕해지길, 그러므로 더욱 평범해지길 바래본다. 9월 14일 열린 방랑콘서트가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방랑이 끝난 것이 아니라 ‘방랑 중’이라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