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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학의 곳간

이야기하는 것, 나눈다는 것, 다른 것이 된다는 것

 

 

<문학의 곳간> 2회
이야기하는 것, 나눈다는 것, 다른 것이 된다는 것

“낡아버린 문학을 낯설게 가져오는 것은 기존의 삶의 양식을 바꾸게 한다. 문학을 고전이 아닌, 나의 혹은 우리의 것으로 낯설게 가져오는 것으로 우리의 삶의 양식이 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문학의 곳간이 아닐까’”
<8월 30일 박진수님의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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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곳간> 1회에 참여한 박진수님이 남긴 한 문장을 낭독하며 2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문학의 곳간>의 의미를 잘 알아채고 돌려받은 한 문장이기에 2회 <문학의 곳간>을 알리는 말로 충분합니다. 이렇게 주고 받는 그 자체가 <문학의 곳간>에서 말하는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어렴풋이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연수의 소설<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통해서 ‘읽고 나눈다는 것’의 질감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고,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 속에서 몇몇 중요한 대목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대목들은 <곳간>의 것만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들 저마다가 가져갈 수 있는 말로서, 앞으로도 함께 쓸 ‘말’이 될 것입니다.

*삶의 이력

“고통에 대해서 직접 말하는 건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죠. 소설은 단지 작가가 아는 고통을 이야기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내가 죽음을 예감하는 그 권투선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난 소설로 쓸 수 있어요”
<달로 간 코미디언>

자신의 삶에 들어오는 한 문장을 통해서 소설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도 아닌,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롭고 낯선 순간이 생겨납니다. 그것은 소설을 텍스트적으로 독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가 문학을 나누는 순간일 것입니다. 이는 독자의 삶의 이력이 문학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낡아버린 문학이 우리의 삶에 들어오는, 비로서 내 삶의 어휘들을 발견하게 되는 귀한 순간입니다.

*증언자-목격자

‘우리들의 인생이야기란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 기침이나 한숨소리 혹은 침삼키는 소리같은데 담겨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달로 간 코미디언>

김연수의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 인생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들여다볼 수 없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 기침과 한숨 소리 같은.
바꿔 말하면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 그 시간들을 기억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옆의 ‘너’라는 목격자와 증언자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희망입니다. 한숨소리와 기침소리를 들을 수 있을만큼 가까운 내 옆의 ‘너’. 그러니 우리는 누군가의 증언자, 목격자가 되어 사라지고 지워지는 그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길 서로에게 요청해봅니다

*함께 읽고 나눈다는 것

사트비르 싱: “혜진은 영어 말합니다. 저는 한국말 말합니다.”
혜진의 남편: “혜진은 영어를 잘 못하는데?”
사트비르 싱: “저는 영어 잘합니다. 서로서로 배웁니다. 서로서로 고쳐줍니다”
그제야 나는 ‘말하자면 친구’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레이먼드 카버에게>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오로지 소설 속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혼자’ 읽기를 통해 소설을 통째로 오독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가 ‘읽고 나눈다’라는 것의 질감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합니다. <문학의 곳간> 2회는 자신의 ‘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읽기를 통해서 소설이, 삶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문학을 읽는 차원이 아닌 나누는 자리로 옮겨가게 됩니다. ‘함께 읽는 다는 것’은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 레이먼트 카버에게>의 한 문장처럼 서로서로 배우고, 서로서로 고쳐주는 그 태도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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