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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場)/간(間)/들(多)/사이- 공간

모든 가장자리

 

 

 

 

 

 

 

 

<생각다방 산책극장>에서 생활예술모임 <곳간>이 첫번째 문을 엽니다. 여는 말, 인사의 말입니다.


 

모든 가장자리
끝자리, 구석, 내밀린 곳, 벼랑끝, 마지막 남은 곳. 마지막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남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남았다는 것'이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남을 것이라는 '의지의 힘'이 발현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았다는 것'은 잉여나 결여가 아니라 '없는 곳'까지 조형하고 발명할 수 있는 의욕이며 희망이다. '남았다는 것'이 의지의 힘이라면 그 힘은 무엇을 희망(지향)하는가? 어떤 힘에 기울어지는가? 무엇에 기꺼이 그 의욕을 내어주는가? 만남이다. 남아 있는 힘은 또 다른 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해, 남아 있는 나를 알아보고 또 남아 있는 너에게 손을 내밀며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우리'라는 장소를 조형한다.

너무 늦게, 아니 너무 늦지는 않게
이곳에 너무 늦게 왔다. 그럼에도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문턱은 몸이 아픈 고양이 '폴'조차 쉽게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낮기에 이곳에서 우리의 첫 발자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낮은 문턱을, 누구라도 건너올 수 있을 정도로 낮기에 넉넉한 이곳을 오고간 수많은 이들이 남긴 발자국으로 말랑말랑해진 다방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의 연약한 발까지 기꺼이 감싸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환영해주었던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첫시즌의 매듭을 짓는 '재(능)계발' 프로젝트에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초대해주어 고마운 마음과 함께 우정의 인사를 건넨다. 늦었지만, 아니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안녕!

모두가 지지하지만 찾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은 '가장자리'를 지지하지만 그곳을 찾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을 언제나 가장자리로부터 가능한 멀리 벗어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뒤늦게 돌아보는 곳이 가장자리라는 것, 오직 가장자리만이 그 시선을 받아준다는 것. 우리는 이 뒤늦은 돌아봄을 회한이나 아쉬움으로 휘발시켜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시작의 장소'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노래를 읊는다. 낮은 문턱들을 타고 넘으며 이곳에 스밀 노래를.
 

 

 

생활예술모임 <곳간> 첫번째 작업!
시간 : 2013년 7월 3일 저녁 8시~


모든 가장자리에서
‘백수들의 실험실’로 시작해서 ‘놀이조합’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실현시킨 <생각다방 산책극장>에서 생활예술모임 <곳간>이 7월 3일 하루동안 문을 엽니다. ... 음반의 A-B면을 듣는 것처럼 <생각다방 산책극장>과 생활예술모임 <곳간>이 앞과 뒤에서, 안과 밖에서 함께 호흡을 맞춥니다.

A면 : 시와 두 번
백무산의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의 시편을 발췌해서 함께 낭독하고 이 세상의 모든 가장자리들과 연약한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없이 가난한 세상 속에서 시를 함께 읽는다는 것은 가난의 문을 열고 ‘두 번’의 의미와 만나는 작업입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권리이자 동력으로서의 ‘두 번’, 생활예술모임 <곳간>이 생활의 친구들을 찾아나서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권리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B면 : 생활의 가능성(들)
연약하고 가난한 개인의 삶과 작은 공동체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살피는 작은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사소해보일 수도 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생활을 담은 그간의 기록들을 살펴보고, 비디오 작업, <생활의 가능성(들)>을 함께 보며 생활을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현장에서 백무산의 시편을 나누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