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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삶에도 인디가 필요하다

삶에도 인디가 필요하다 #1

 




삶에도 인디가 필요하다 #1

인디(indie)는 영화와 음악과 같은 매체에서 기존의 사회체계와 함께 돌아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독립'을 지향하며 피어났습니다. 그 열기는 작지만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형식의 창작자, 공간, 관객, 기획자, 스텝들의 등장을 예고하며 주류적인 방식 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인디가 점점 견고해지며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낸 반면 그... 속성에 대한 오해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메이저와 마이너라는 이분법, 가난한 창작자들에 대한 동정의 시선, 아마추어적인 방식으로 규정하며 그 고유성에 대한 오해들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인디'라는 어휘, 다름 아닌 삶의 양식을 다시금 떠올려보아야 하는 것은 인디가 주류적인 시스템의 반복을 뚫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깔을 연구하고 드러내는 하나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디라는 말을 다시 찾는 것도 아니며, 특정한 장르와 시대로 대상화시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창작이 승인되는 장소에 ‘인디’가 있고 그러한 태도를 우리가 삶이라는 자장 속에서 펼쳐내는 것. 사회의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체계 안에 묶이지 않는 삶들이 각자의 고유한 생활 속에서 치열하고 즐겁게 만들어가는 것. 그러니 ‘삶에도 인디가 필요합니다.'

인디를 삶과 생활 속에서 만들어가는 모임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여기 우리 곁에 있습니다. 뿔뿔히 흩어져버린 '영화의 관객'들을 다시 불러내어 응원하는 모퉁이극장, 백수들의 실험실이라는 슬로건으로 기쁨의 놀이조합을 꾸려가는 <생각다방 산책극장>, 독립 출판된 책을 소개하는 서점 <프럼 더 북스>와 디자인 스튜디오 <그린그림>, 음식을 통해서 만남의 자리가 열리는 식당 <키친케이>, 어쩔 수 없는 천재이자 달콤한 발라드 가수 KIM IL DU 김일두, 세상에 대한 조롱을 노래로 담아내는 Kim Tae Chun - 김태춘, 이들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카페 <업스테어> 이 모임, 공간,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립적인 방식으로 삶을 지속시키며 고유한 울림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울림의 무대는 바로 ‘삶’을 향해 있습니다.

생활예술모임 <곳간>이 생활 그 자체가 우리들의 보물임을 말하며, 개개인의 곳간을 열어젖힐 것을 지향한다면 삶속의 인디, 생활 속의 곳간, 그 고유한 저장고(庫間)를 발견하고 말을 보태고 싶습니다.

** ‘삶에도 인디가 필요하다’는 시전문계간지 <신생> 55호(2013년 여름) <신생 풍경>에 기고되었습니다.


이 글은 서점 <프럼더북스>, 문화공간 <아지트>, 영화응원기업<모퉁이극장>에 비치되어 있습니다.